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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 기록/서울

성북동 북정마을

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성북동 북정마을에 또 다시 재개발 바람이 분다.

이번에는 비둘기가 아니라 사람차례다.

북정마을 주민들이 번지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결합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주인을 내보내고 객이 주인이 되는 재개발이 밀고 들어오려 한다.

또 다시, 가슴에 금이 가려 한다.....




아직도 오래된 이발소가 남아 있는 곳
(작년에 현대자동차 사내지인지, 홍보지인지에서 사용한 사진... ^^;)



이곳은 산동네다.

성북동은 극과 극의 동네이다.

위쪽은 재벌급이나 살 수 있는 어마어마한 부촌인데에 반하여
그 바로 아래에는 이런 산동네가 함꼐 공존하는 곳이 성북동이다.


마을버스 3번을 타고 종점까지 올라가면,
카페가 하나 있다.

이름하여 "북정카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현대식, 혹은 화려한 인테리어로 치장된 그런 카페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카페에 없는 따쓰한 정이 넘쳐흐르는 그런 카페다.


그곳에서 즐거운 놀이 한판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윷놀이이다.





이분들, 윷놀이는 국가대표급이다.

함께 간 일행들이 도전해서 6전 1승 5패다.

그나마 1승도 마지막 판, 마구 봐주신 덕에 간신히 하나 건진 1승이다.




각자의 비법을 지닌 다양한 모습으로 윷을 던진다.


윷놀이의 묘미는 윷을 던지는 것만이 아니다.

말판의 말을 어떻게 운용하는가도 묘미다.

함께 전략을 논의하며, 말을 옮긴다.


그리고, 내기에서 진 팀이 내는 돈으로 자그마한 소주 파티가 벌어진다.

뭐 큰 돈을 거는 것도 아니다.

단지, 소주값정도...

북정카페의 안주는 무한 리필이다.


게임 중간,

잠시의 휴식시간에는 또 다시 정겨운 정담이 오간다.

서울 시내 이런 저널 골목길을 다녀봤지만,
성북동 북정마을만큼 인간적인 곳은 없었다.

이방인에게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인심 좋은 곳이다.

시골서도 인심이 예전같지 않은 요즘 시절에
그것도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이런 인심을 만난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이런 인심좋은 곳이 재개발이라는 괴물에게 등 떠밀려 나가야 한다는 것은 불행이다.




북정마을 바로 아래에 만해 한용운이 거처하던 심우장이 있다.

옛 기와집이다.
뭐 옛기와집이라고 해도, 1933년에 지은 집이라니,
고택이라고까지 하긴 조금 그렇다.

하긴, 툭하면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일단 때려부수는 나라에서 80년 된 집이면 엄청난 고택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떄려부수면서,
맨날 임진왜란, 병자호란, 6.25 때문에 문화재가 다 부숴졌다고 하는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허구헌날 쌈질하던 중국에는 아직도 2천년 된 만리장성을 비롯해서,
오래된 건물, 서적 등이 남아있는데,
5천년 역사를 떠들면서, 그에 걸맞는 문화재나 서적이 남아 있는 게 없지 않느냔 말이다.

무조건 때려부수는 재개발이 아닌,
과거와 공존하며 발전하는 재개발이 될 수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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